이지스, 미트박스 인수로 식품 잔혹사 떨쳐낼까

'축산'에 집중, 밸류체인 전반 구축해 엑시트 노려

이지스투자파트너스(이하 이투파)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신선식품 이커머스·물류 투자 잔혹사를 떨쳐낼 수 있을까. 신선식품 이커머스, 풀필먼트 물류업계 투자한 사모펀드(FEF) 운용사들의 성과가 나쁘거나 불투명함에도, 이투파는 오케이비트에 이어 미트박스까지 인수를 추진하면서 배경과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투자파트너스는 축산물 직거래 플랫폼 미트박스를 운영하는 미트박스글로벌 경영권 인수 주식매매계약(SPA)을 내달 체결할 계획이다. 대신프라이빗에쿼티(이하 대신PE)와 공동운용(Co-GP) 프로젝트 펀드를 결성해 투자하는 구조로, 현재 출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전략적투자자(SI)로서 LP로 참여한다.

이투파는 미트박스 외에도 그간 꾸준히 신선식품 이커머스와 풀필먼트에 투자해왔다. 지난해 4월에는 콜드체인 물류기업 팀프레시에 60억원 투자했고, 올 초 모회사인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100억원 투자했다. 올 6월 이마트와 함께 육류 도매업체 오케이미트를 인수하기도 했다.

신선식품 이커머스·풀필먼트를 향해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는 모습은 현재 많은 PEF 운용사들이 투자 검토 시 풀필먼트, 신선식품이란 단어만 나와도 고개를 돌리는 상황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투자한 업체들이 수익성과 경쟁력 약화, 펀딩 실패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엑시트 창구가 막힌 하우스가 적지 않다. IPO 불확실성이 커지는 마켓컬리, 펀딩에 실패한 오늘식탁, 메쉬코리아 등의 투자자들이 대표적인 예다.

풀필먼트와 신선식품이 투자업계 ‘금기어’ 취급을 받을 만큼 투심이 가라앉으면서 관련 다른 업체들도 펀딩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수산식품 유통 이커머스 얌테이블도 PEF 업계를 전전하고 있으나 그럴듯한 투자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투파가 반대 행보에 나선 배경에는 축산업 밸류체인 전반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이 깔려있다. 축산업은 유통 시 여러 중간 단계를 거쳐야 하는 특성상 시장 가격이 불투명하게 형성된다는 것이 한계다. 소비자가 고기 구매 시 그램당 가격만 알 수 있지, 도매가는 파악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투파는 풀필먼트, 신선식품이 아닌 ‘축산’이라는 카테고리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국내 도매, 소매에 이어 조리까지 전 축산업 전 밸류체인을 구축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성공적인 엑시트도 이끌어내겠다는 청사진이다. 오케이미트가 보유한 글로벌 대형 공급처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에서 신선한 육류를 저가에 대량으로 공급받고, 미트박스로 중간 유통 과정을 없애 소비자들에게 저가에 공급하겠다는 얘기다. 오케이미트가 수입육 가공업체 ‘쉐프파트너’를 자회사로 둔만큼, 숙성 소고기부터 밀키트 등 가공 영역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투자·인수한 포트폴리오 간 시너지 요인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예컨대 미트박스는 냉장이나 호주산 육류 비중이 적은데, 오케이미트를 통해 해당 상품군을 늘리며 라인업을 강화할 수 있다. 대부분의 신선식품 이커머스 업체들이 B2C 위주인 것과 달리 미트박스와 오케이미트는 B2B 위주로 탄탄한 고객망을 보유해 안정적으로 실적을 낼 수 있는 것도 차별화 포인트다. B2C 기반 이커머스의 경우 마케팅, 광고비에 많은 돈이 들고 고객군도 일반 소비자 위주여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하기 어렵다.

많은 PEF들이 물류, 신선식품업계 투자한 포트폴리오가 망가지며 투자 실적 악화를 우려하는 가운데, ‘축산 밸류체인’에 방점을 찍은 이투파가 잔혹사를 깨고 포트폴리오 밸류업에 성공할 수 있을지 투자업계 이목이 집중된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이투파가 투자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수입부터 소비자 밥상에 오르는 맨 마지막 단계까지 전 과정을 도맡겠다는 복안”이라며 “육류 수입, 유통, 가공에 밀키트 등 조리까지 축산 관련 전문 카테고리를 키워내 엑시트하지 않겠느냐”라고 전했다